본문 바로가기

발표 수필

(27)
화순 도암의 의병과 빨치산 마을과 인간을 읽다 암울한 시대 버티게 한 민족애 마을 곳곳에 배었다 입력 2023.10.10. 18:23양기생 기자 [마을과 인간을 읽다] ⑩화순 도암면·끝 화순 도암면 도장리 마을 사람들은 암울한 시대에도 의연하고 꿋꿋하게 서로 사랑하며 역사의 장애물을 극복했다. 지금까지도 이웃과 민족을 향한 사랑이 마을 곳곳에서 느껴진다. 사진은 마을 내 정자 모습. [마을과 인간을 읽다] ⑩화순 도암면·끝 어느 마을에 가면 가슴 설레는 곳이 있다. 화순 도암, 도장마을이다. 무딘 심장은 지뢰 탐지기처럼 예민해지고 걸음이 빨라지는 곳, 마을 앞으로 맑은 시내가 흐르고, 오래된 나무가 반기는 곳, 마을을 감싼 절벽에 벽파정, 굽이굽이 물빛 푸른 도장(道莊) 마을. 길 언덕에 오래된 예쁜 교회가 있고, 첫눈이 하얗게 ..
명봉역과 문정희 시인 생가 봉황이 울어 주던 그 역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입력 2023.08.08. 19:27양기생 기자 [마을과 인간을 읽다]⑦보성 명봉역 명봉역 정문 [마을과 인간을 읽다]⑦보성 명봉역 멀리서 기적이 울린다. 귀를 쫑긋 세운다. 내려올까 올라갈까. 누가 타고 있을까. 몇 칸쯤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기차의 울림이 내 심장 두근거림과 화음을 이뤄 절로 나를 먼 곳으로 데려간다. 기차가 지축을 흔들면 내 발은 근질근질해지고 마음은 어느새 두근거린다. 누구 또 내 심안의 역마살을 건드리는가 보다. 난 눈만 감고 이미 승차해서 차창을 바라보며 신나게 여행 중이다. 아직도 은소금 하얀 햇살 속에 서 있겠지/ 서울 가는 상행선 기차 앞에/ 차창을 두드릴 듯/ 나의 아버지/ 저녁노을 목에 감고/ 벚나무들 ..
은어의 사랑 수필의 향기 은어의 사랑 박용수 고달 강나루, 지리산을 훑고 나온 섬진강은 눈부터 시리다. 강은 유연한 몸으로 산 구석구석을 씻고, 한가한 산은 촉탁을 하고 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걸음, 내 시선은 강변 건너편에 머문다. 하얀 모래, 고운 자갈밭, 올망졸망 작은 바위 무더기, 좁은 산자락 군데군데 몇 안 되는 집들이 소담하다. 거기 마음을 준 지 오래. 끝없이 이어지는 강변, 햇살만 따갑다. 바람도 건너편을 택했나 보다. 바람이 간질거림에 수양버들은 연방 애교를 떤다. 간절함도 이렇듯 사무칠까? 누굴 만나자 함도, 어디로 가자 내친걸음도 아닌데 한낮의 햇살이 쉽잖은 상대다. 자꾸 건너편으로 눈이 간다. 그렇게 걷기를 얼마, 강변을 가로질러 줄이 쳐졌다. 나루터다. 필경 앞마을로 이어지는 줄이리..
품격 있는 거부 품격 있는 거부 요즘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주린 사람이 너무 많다. 돈과 재물에 굶주리고, 탐욕과 욕정에 굶주린 이들이다. 특히 돈과 명예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상(賞)에 주린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상 종류도 많아졌다. 학교는 학생부 종합을 위해 없는 상도 만들어내고, 방송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도 가리지 않고 상을 만들어 치적 쌓기 바쁘다. 세상에는 작은 상이나마 수상을 해볼까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심지어는 자기가 상을 만들어서 자기가 받기도 한다. 상은 받는 쪽에 중심 추가 있다. 받을 대상이 누구이고 어떠한 이유로 수상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수상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져 있다. 그러나 사실, 상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더 많다..
섬진강의 봄 섬진강의 봄-박용수 광주동신고 교사·수필가 2022년 03월 06일(일) 22:10 그리운 건 겨울이 춥고 길어서일 게다. 마을 앞 냇가에서 더 이상 썰매를 탈 수 없이 봇물이 불어 오르면 봄이 바짝 다가왔음을 알았다. 우린 마을별로 줄을 지어 보리를 밟았다. 보리를 힘차게 밟을 때마다 고무신 발바닥이 간지러웠고, 보리가 짓뭉개졌을까 뒤돌아보면 우리가 지나간 뿌연 흙먼지 너머로 파릇파릇 봄이 오고 있었다. 더 자라서는 음지의 얼음이 깨질 즈음, 두엄 냄새와 함께 봄이 왔다. 거북하면서 결코 싫지 않은 냄새, 꽁꽁 얼었던 두엄이 풀리면서 할아버지나 아버지 냄새 같은 거름 냄새를 따라 살랑살랑 춘풍과 함께 왔다. 사춘기에 봄은 엉뚱한 곳에서 왔다. 여느 봄과 달리 밖에서 오지 않고, 놀랍게도 내 가슴 안에 ..
겨울꽃 겨울꽃 박 용 수 지독한 대인 기피증이라도 앓고 있는 걸까. 담장 옆에 서 있는 녀석이 얄밉다. 봄가을 호시절엔 꼼짝도 않더니, 무슨 꼬장꼬장 오기를 부리는 지, 눈을 허옇게 뒤집어쓰고서야 밤새 몇 송이를 붉게 피웠다. 부끄러워 한겨울을 택한 걸까. 아니면 자신의 고고한 빛깔을 다른 꽃과 비교당하기 싫은 자존심 때문일까. 앞마당 동백꽃이 유난히 시붉다. 녀석은 무척 나를 닮았다. 낯설거나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나를 닮았다. 호젓하고 한적한 곳도 좋고, 간혹 지인들이 따돌려도 좋다. 실상 혼자 있는 시간이 충만하고 행복할 때가 더 많아서 스스로 나를 따돌리며 바지런히 산다. 자전거도 혼자 타고 낚시도 혼자 하고 여행도 혼자 한다. 어느 장터에서 혼자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 소주잔을 기울인다. ..
수필가 박용수 나를 사랑할 시간
나를 사랑할 시간, 박용수 그렇게 생각하면 너를 사랑할 시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