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의 사랑
수필의 향기 은어의 사랑 박용수 고달 강나루, 지리산을 훑고 나온 섬진강은 눈부터 시리다. 강은 유연한 몸으로 산 구석구석을 씻고, 한가한 산은 촉탁을 하고 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걸음, 내 시선은 강변 건너편에 머문다. 하얀 모래, 고운 자갈밭, 올망졸망 작은 바위 무더기, 좁은 산자락 군데군데 몇 안 되는 집들이 소담하다. 거기 마음을 준 지 오래. 끝없이 이어지는 강변, 햇살만 따갑다. 바람도 건너편을 택했나 보다. 바람이 간질거림에 수양버들은 연방 애교를 떤다. 간절함도 이렇듯 사무칠까? 누굴 만나자 함도, 어디로 가자 내친걸음도 아닌데 한낮의 햇살이 쉽잖은 상대다. 자꾸 건너편으로 눈이 간다. 그렇게 걷기를 얼마, 강변을 가로질러 줄이 쳐졌다. 나루터다. 필경 앞마을로 이어지는 줄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