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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수필

왜 무등산에 오르는가.

                왜 무등산에 오르는가.

 

 

 

   

 

 몇 해 전, 수능 감독 때였다. 2교시 시험 중에 한 수험생이 사라졌다. 전교 1등을 했던 학생이 언어영역을 망친 모양이다. 뒤늦게 알게 된 부모는 안달이 나서 사방팔방 아이를 찾았다. 수능이 끝나고 어둠까지 내려오니 어머니는 두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 하였다. '내년에 잘 보면 되지 않느냐, 제발……' 혼자 하시는 넋두리 속에는 최악의 상황을 염려한 듯했다. 함께 학생의 행방을 찾던 우리도 어찌할 줄 몰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등에 오른다. 주말에 산을 오르는 행렬은 장엄하기조차 하다. 그들은 또 무슨 숙제가 저리 많기에 가방 가득 짊어지고 시지푸스처럼 산에 오르는 것일까. 필경, 무등에는 거대한 분화구 같은 그 무엇이 있어서 욕망덩어리를 빨아들였다가 토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사람들은 욕망을 짊어진 체, 단체로 또는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산을 오르는 것 같다.

 히말라야에 오르는 사람이나, 무등에 오르는 사람이나 산을 찾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승(政丞)이 되려는 사람이나 서리(胥吏)가 되려는 사람이나 현재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오르고자 하는 곳은 선망의 대상이고 미지의 세계이다. 무등은 그런 사람들의 욕망을 다스려주는 곳이다. 무등산의 산정의 용암이 차가운 바위로 서 있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 가득 이글거리는 욕망을 식히기 위해 오르는 지도 모른다.

 대신 무등은 그 욕망을 뽑아낸 흉간에 수많은 나무와 싱그러운 꽃을 심어주고 아름다운 새가 살도록 해주는지 모른다. 미움과 질투, 갈등과 번민을 버린 곳에 화해와 평온과 사랑과 자족을 채워주는 것이다.

 나는 바람을 만나고 싶거나 안개가 보고 싶으면 무등에 오른다. 거기 그 골짜기에는 영혼처럼 자유롭게 부유하다 소멸하는 바람과 산 안개가 나를 기다리며 두 팔을 벌려 반겨준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싶어서 무등에 오를 것이다. 그렇게 잠시나마 대자연의 품에 안겨 신령처럼 초연해지고자 산에 오를 것이다.

 

 무등산에 오른다. 나는 무등산에 오를 때, 날씨나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산에 오를 명분이 분명이 서면, 무작정 나서고 본다. 어쩔 때는 밤에도 출발하고, 비가 올 때도 오른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등산을 하는 아침에 나만 하산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산을 오를 때 나 홀로 역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느낀다. 홀로 야행을 하거나 비박을 할 때의 느낌을, 아마 산악인들 상당수도 산을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홀로 비박하기 위해서 홀로 산에 다가가기 위해서 간다는 것을, 때론 그렇게 혼자 산에 등을 대거나 옆구리를 내어주며 산과 함께 산을 독차지할 때, 그 독락(獨樂)의 감동은 등골조차 서늘할 정도로 짜릿하고도 통쾌하다. 역주행이 허락되는 산에서 사유는 한없이 자유롭다.

 외로울 때도 힘에 부칠 때도 무등산을 찾는다. 무등산은 위로이고 휴식이다. 누군가 그리울 때도 무등을 찾는다. 그러면 산은 다정히 마음을 주는 친구이고 어머니이다. 무등은 언제나 헐벗은 우리 영혼을 채워주는 충전소이자 신앙인 것이다.

그 학생도 무등산에 있었다. 그 넓고 넓은 광주에서 왜 무등산이었을까. 숙연한 녀석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지만 대충 짐작이 갔다. 확실히 녀석 스스로 찾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 산의 '' 소리만 나와도 경악을 하는 나이가 아닌가. 광주를 내려다보던 무등의 눈에 그가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무등이 녀석을 불러들였을 것이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며 "살다보면 가끔 이런 일도 있는 일이니, 차분하게 받아들이라"고 어깨를 두드려주었을 것이다. 무등산은 그런 산이다.

무등산은 광주사람들에게 아우라(Aura)이다. 가지 않으면 가고 싶고, 가도 또 가고 싶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생명력처럼 휘돌고 있는 산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도 무등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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